
강릉흥신소에 스토킹 피해 의뢰를 맡긴 후

아무도 몰랐다.
지하철도 없고, 바닷바람이 부는 강릉 같은 동네에서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처음엔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회사 앞에서 마주친 것도, 점심시간에 편의점에서 눈이 마주친 것도.
근데 3일 연속으로 같은 사람을 같은 장소에서 보는 순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평범하게 생겼다.
정장도 아니고, 이상하게 튀는 옷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면 스치듯 볼 정도의 얼굴.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직감이라는 건 생각보다 정확하다.
처음엔 지인에게 말했고, 그 다음은 경찰서 민원실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엔… 강릉흥신소였다.

왜 흥신소냐고 묻는다면
경찰은 경고 정도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매일 퇴근길에 뒤따르는 발소리를 들으며 걷는 입장에선
그게 ‘피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주변에선 말렸다.
“야, 거기 이상한 데 아냐?”
“그런 데 맡기면 더 무서운 거 생기는 거 아니야?”
나도 망설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미 나는 충분히 무서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조용히, 혼자서 강릉흥신소를 찾아갔다.

대화는 조용했고, 결정은 확실했다
사무실은 생각보다 단정했다.
기대했던 CCTV 같은 것도 없었고, 영화처럼 흰 보드에 붉은 실을 걸어두지도 않았다.
그냥 상담실 하나, 조용한 공간, 그리고 종이에 기록하는 조사원.
나는 내가 겪은 모든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들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
한 문장도 빠뜨리지 않고 듣고 난 뒤,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합법적인 선에서 무엇을 진행할 수 있는지 설명해줬다.
그 설명은 담백했다.
“저희는 상대를 위협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록하고 정리합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가장 믿음이 갔다.

사건은 증거가 쌓이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처음 며칠은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여전히 그 남자는 내가 퇴근할 때쯤 거리에 있었고, 내가 점심을 먹을 때쯤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강릉흥신소 측에서 확보한 사진, 시간별 동선, 주변 CCTV 기록이 매일 쌓여갔다.
그리고 2주쯤 지났을 때, 나는 보고서를 받았다.
정리된 자료엔 그 사람이 내 근무지를 기준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신이 사는 동선이 아니라, 나의 생활 루틴을 따라 만들어진 그 사람만의 루트.
처음엔 소름이 돋았고,
그 다음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제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이전엔 경찰이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만 했다.
하지만 강릉흥신소에서 정리해준 시간별 자료와 사진, 진술 요약문을 바탕으로 다시 접수했을 땐
이야기가 달라졌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 조항을 검토했고, 정식 조사로 전환되었다.
가해자는 연락이 불가능하도록 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그 후로는 다시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이제야 집에 돌아오는 길이 조금은 편해졌다.
이전에는 현관 앞에서도 계속 뒤를 돌아봤는데,
지금은 그런 버릇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강릉흥신소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가 그런 상황이 되기 전까진 몰랐다.
이런 일을 겪을 사람은 뉴스 속 누군가, TV 속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누구에게나 불쑥 찾아올 수 있었다.
강릉흥신소는 단순히 무언가를 ‘추적하는’ 곳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공포를 구조화시켜 주는 곳이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감정이 아닌 구조로 설명해주는 사람들.

혹시 당신도 지금 누군가에게서 도망치고 있다면
내가 그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다시 주저했다면,
지금도 나는 매일 그 사람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을 것이다.
강릉흥신소는 나를 대신해 그 상황을 바라봐줬고,
내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설명해줬다.
그게 결국 나를 일상으로 데려다줬다.

